엄마들의 방

그건....변명이 아니였습니다.....

김정례 | 2007.05.17 21:00 | 조회 1273

예전의 나는 약속 같은거 안지키는 사람을 참 싫어 했습니다.....
이런저런 변명......네...말 그대로 변명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예전의 나는....혹시나 남의 집에 가더라도...내가 앉은자리에 흔적 같은건 안 남겼습니다....
그게 예의라 생각 했습니다....
내가 마신 물컵조차 씻어놓고 나오는게.....그게 당연한거라 생각 했습니다......

 

처녀시절 나는.....엄마들이 툭하면 애 핑계를 대는걸 참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냥 나오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왜 자꾸 애 핑계를 대냐고......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애 때문에 어떻고....애 떄문에 저떻고....애가 어떠니....애가 저떠니....
나는 안그럴 줄 알았습니다....
애는 애고...나는 나일 줄 알았습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참 싫어하고...내가 참 이해를 못하고...내가 생각했던 예의라고는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구구절절 변명을 늘어 놓으며 약속도 못지키고.....
내가 그렇게 이해를 못하던....애가 어떻고 하는 말을...지금 내가 하고 있습니다...
애가 아파서....애가 토해서....애가 보채서.....
이것이 핑계가 아니라 생활이라는걸....나는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지금의 나는....남의 집에 가서 물마시고 식탁위에 그대로 컵을 놔두는 뻔뻔함도 생겼습니다.....
내 애가 이것저것 가지고 노는 것 조차...."앤데,뭐~ " 하고 웃어 넘기는.. 약간은 이기적인 마음도 생겼습니다....

 

애가 아푸면 내가 아푸고......
애가 웃으면 나도 웃고.....
애가 울면 나도 우는.....
지금의 나는.....정말로 엄마가 되어 갑니다.......

 

지금 나는....너무 아푸고...너무 슬프고.....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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