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추석 즈음에......

김정례 | 2008.07.15 03:00 | 조회 1770

이제 곧 명절이군요.......

에고....벌써부터 한숨이.....ㅋㅋㅋㅋ

그래도 남들처럼 송편을 빚는것도 아니고....만두를 만드는것도 아니라...다행이긴 하네요.

 

제 친정집이 큰집입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길하면....종갓집 종손은 아니지만...장손인......

음......내 남동생도 장남이고...우리 아빠도 장남이고....할아버지도 장남이고....증조 할아버지도 장남.....

내 남동생이 종손은 아니지만...장손인....그런 집입니다.....

식구들도 엄청시리 많고....친적들도 엄청시리 많고....찾아오는 이 역시 엄청시리 많은...그런 집이였죠.....

내가 어릴적엔....명절만 되면 항상 엄마는 바빴습니다........

작은엄마가 한분 계시지만....초등학교 교사라....예나 지금이나 미운 둘째며느리입니다.....

명절날 큰며느리가 일 다 해놓으면...뒤늦게 봉투하나 들고 나타나 생색만 내는.......

그래서 우리 엄만......작은엄마를 아주 싫어 하셨을 뿐더러....내가 이 결혼 하겠다고 했을 때...장남이라는 이유로 엄청시리 반대를 했었지요.....

 

우리집의 명절 준비는 항상 분주했습니다.....

송편도 직접 집에서 만들었고.....만두는 물론.....부쳐야 하는 전만 수십가지에.....남자들이 떡매질하면..그걸 잘 다듬어(?) 모양을 만들어 내는것 역시...엄마의 손이 필요했죠...

돼지 수육 삶고.......두친가??? 그거 삶고........육회 버무리고.......

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약 일주일 전부터....매일매일 장으로 어디로 엄만 차례상 준비를 하러 나가셔야 했고....

우린 그때마다 거길 따라가고 싶어 안달이 났죠....

지금에야...애 델꼬 장을 본다는게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충분히 알고도 남지만....그땐 그저 엄마를 따라가야지만 순대랑 떡볶이를 먹을 수가 있다는 생각에.....

엄마가 세수라도 할라치면....미리 신발부터 신고 대문밖에 나가 있었더랬습니다.....

엄마 역시...우리를 떼놓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셨겠지만....굳이 따라가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우리를...매몰차게 거부하지 못하셨죠....

그렇게 따라나선 우리들은.....신나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치맛자락 잡고 졸졸 잘도 걸어다녔더랬습니다....

그러나...엄마는 입장이 달랐겠지요.....

이것저것 흥정도 해야 하고.....물건도 사야 하고.....또 그거 다 들고 다닐려면 팔도 아푸고...어깨도 아푼데......

장보는 내내 자식새끼 챙기랴....자식들 손잡아주랴.....때쓰는 어린동생 업어주랴.....

그렇게 엄마는 참 분주히 장을 보고......배고푸다고 징징대는 우리들을 시장으로 데리고가...항상 떡볶이랑 순대를 사주셨습니다.....

우린....그 순대가 먹고 싶어 따라온거 거든요.....

그걸 엄마가 모르실리가 없지요......

 

지금이야 마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다들 하루전에 마트가서 간단히 장을 본다지만....

그때만 해도...대목 장이라 해서...명절이 다가오면...재래시장에 사람들이 넘쳐 흘렀습니다...

여기저기 흥정하는 사람들.....물건 사달라 외치는 사람들.....

다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참 바뿌게들 움직였죠.....

그때의 그 웅성거림이 아직도 내 귀에 들리는 듯 하네요......

 

요즘은...명절이라도 재래시장이 조용하다는데........오늘따라...갑자기 그 재래시장이 그리워지면서....순대랑 떡볶이가 먹고 싶네요.....

엄마한테 전화라도 한번 해봐야 겠어요.....

결혼했다는 핑계로...명절날 봉투하나 휙 내밀고 돌아서는 이 못난 딸이....이제사..엄마께 갚아야 할 빚이 생각이 났네요.....

 

엄마....그때...어린날의 우리들을 데리고 다녀줘서 고마워요.......

잃어버리지 않게....꼭 잡아준 그 손......지금 내가 잡아드릴께요.....

그리고 이젠 내가 그 순대 사드릴께요.......

 

그러니까...결론은.....엄마...내캉 장보러 가자.....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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