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안해(아내)의 힘(펀글)

| 2008.09.14 13:00 | 조회 1403
아내의 힘  
일본 에도시대 어느 여인숙 집 데릴사위는 가업은 뒷전이고 책만 읽어대 처가 식구들이 애를 태웠다.
아내는 달랐다.“당신은 여인숙 주인에 그칠 분이 아닙니다.
집을 떠나 학문에 정진하십시오.


당신이 뜻을 이룰 때까지 몇 년이고 아이들을 기르며

기다리겠습니다.”
상경한 사내는 뒤늦은 공부 끝에 ‘만엽집(萬葉集)’ 연구로
 대성한다. 일본 국학의 대가 가모 마부치(賀茂眞淵)다.

 
‘아내는 남편의 영원한 누님이다’(팔만대장경).
허균(許筠)은 급제한 뒤, 먼저 간 아내의 삶을 담은 ‘행장(行狀)’을 써 기렸다.“내 나이 아직 장난치기 좋아할 때였으나 부인은 조금도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소.
그러나 내가 조금이라도 방탕해지면 번번이 나무랐소.
‘당신 집은 가난하고 어머니는 늙으셨는데 재주만 믿고 세월을

아무렇게나 보내니 세월은 빠릅니다.’
 부인은 늘 학문을 권했지요.”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실연(失戀)에 방황하던 주인공 필립에게 장인 될 사람이
''물총새의 전설을 아느냐''고 묻는다.
“물총새라는 놈은 말이네, 바다 위를 날다 지치면 수놈 밑으로

 암놈이 들어가 등에 업고 난다네.”
 
지난 주말 조선일보 사회면에 실린 ‘4.5t 트럭 부부운전사’
이야기는 땅으로 내려온 ‘물총새 전설’이다.
부부는 업고 업히며 하늘길보다 거친 고속도로를 끝도 없이

 내달린다.화물트럭 몰던 남편이 덜컥 병에 걸렸다.

아내는 쉰셋에 운전을 배웠다.
서울~부산을 일주일에 세 번씩 함께 밤낮으로 왕복한 지 3년째다.
번잡한 시내 길은 남편이,
덜 까다로운 고속도로는 아내가 맡는다.
남편은 아내의 운전석 뒤에 누워 하루 네 차례 신장 투석을 하곤 곯아떨어진다.
아내는 남편 코고는 소리가 ''생명의 소리''라고 했다.
가끔 소리가 끊기면 손을 뒤로 뻗어 남편 손을 만져본다.
곤히 자는 남편이 고맙고 또 고맙다.

남편이 운전대를 잡을 때도 아내는 쉬지 않는다.
지친 남편에게 말도 걸고 팔도 주물러 준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을까.


자식들에겐 더 이상 손 벌리기 미안해 연락도 안 한다.
저희끼리 잘 살길 바랄 뿐이다.
속담에 ‘효자가 불여악처(不如惡妻)’라 했다.
아무리 효자라도 자식보단 아내가 낫다.
모든 게 어둠일 때 아내가 빛이었다.
‘물총새 부부’가 날개를 접고 쉴 여로(旅路)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아내는 ''함께 다닐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했다.


    어떤 사부곡(思夫曲)이 이를 따를까.

twitter facebook google+
2,326개 (95/117페이지)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