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미혼여성들의 '산부인과 스캔들'

| 2010.09.16 16:00 | 조회 1560
민망…공포…미혼여성들의 ‘산부인과 스캔들’

동행취재- 서른다섯에 산부인과 처음 가다
암검사 위해 하체 보이자 잠시 ‘두근’
검진~상담 1시간 뚝딱 “별거 아니네”

 

 


 

 

“내 몸의 일부인데 불필요한 선입견”
의사는 “미혼일수록 병원 친해져라”

미혼 여성들에게 산부인과는 여전히 낯선 장소다. 임신·출산의 장소로서 아직은 자기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생각하거나, 성과 관련된 부위를 검진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나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성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선 선입관을 버리고 결혼이나 임신 전 산부인과와 친해 두는 게 좋다고 말한다.

35살 미혼여성 이진영(가명)씨가 지난 3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첫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과정을 동행취재했다. 산부인과 검진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지켜보고, 당사자는 어떤 느낌인지 들어봤다. 이 병원은 3차 진료기관으로, 1·2차 진료기관의 의뢰서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동네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으면 된다.

접수 및 문진

 

오전 10시, 월차휴가를 낸 이씨가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병원에 도착했다. 그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주변을 둘러봤다. “기분이 이상해요. 괜히…. 무섭기도 하고….” 접수를 끝내고 예진실 앞에서도 이씨는 계속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예진실에 들어가니 의사와 간호사가 앉아 있었고 문진(대화에 의한 진단)이 시작됐다. 생리량과 생리 주기, 산부인과 검진 유무, 초경 시작 나이와 마지막 생리일, 결혼 유무, 성경험 유무, 질환 및 알레르기 유무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씨는 “20대에는 일주일 정도 생리를 했는데, 최근엔 생리량이 확 줄어 2~3일이면 끝이 나 조기 폐경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초음파 검진

문진을 끝내고 초음파 검진실로 향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선 자궁, 난소의 종양 여부(자궁 근종, 난소 낭종)를 확인할 수 있다. 이씨는 또다시 불안감을 드러냈다.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겁이 난다고 했다. 초음파실에는 초음파기계와 1인용 침대가 있었다. 이씨는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병원 쪽에서 내준 고무줄 치마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웠다. 성관계 경험이 있는 이씨에게는 질 초음파가 선택됐다.

질 초음파에 사용되는 기구(프로브)는 작은 막대기 모양으로, 콘돔처럼 생긴 커버를 씌운 후 젤을 발라서 질로 삽입해 자궁과 난소 등을 살펴본다. 검사는 3~4분 만에 끝났다. 이씨는 “고문기구 같은 이상한 의자에 앉아서 차가운 금속 같은 것을 깊숙이 넣을 것 같아 두려웠는데, 막상 받아보니 아프진 않았다”고 말했다. 성관계 경험이 없고, 특별히 생리 등에 문제가 없는 경우엔 복부 초음파로 검사한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할 때는 소변을 가득 채워서 봐야 훨씬 잘 보인다. 만약 성 경험이 없는데 생리 등에 문제가 있거나 좀더 자세한 검진이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항문 쪽으로 초음파를 하거나 항문 내진을 한다.

자궁경부암·혈액검사

초음파 검진을 끝내고 의사 소견을 들었다. 의사는 “자궁과 난소엔 특별히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곧바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위해 또다시 고무줄 치마로 갈아입고 진찰대에 앉았다. 자궁경부암 검사는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만 실시한다. 의사는 이씨가 진찰대에 오르기 전 “자동으로 의자가 눕혀지면서 다리가 벌려지니 너무 놀라지 말라”고 귀띔해줬다. 하지만 이씨는 “하체가 드러나니 민망하다”고 말했다. 의사는 그를 안심시키며 질에 기구를 삽입했다. 오리입처럼 생긴 질경이라는 기구다. 의사는 이 기구로 질벽을 약간 벌려 세포를 채취했다. 채취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3~4초. 이씨는 “세포채취 땐 연필 같은 것으로 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시 의사 면담이 시작됐다.

의사는 이씨의 생리량이 줄어든 것에 대해 “원래 생리량이 적었다면 문제가 없지만, 갑자기 줄어들었다면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리량이 줄어든 것은 나이가 들면서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들어서일 수도, 혈액순환이 안 좋아서일 수도 있단다. 또 스트레스가 여성호르몬의 활동을 방해하니 스트레스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간단한 혈액검사로 이어졌다.

검사를 끝낸 뒤

검진과 의사 면담을 끝내니 대략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사실 초음파 검진이나 자궁경부암 검진 자체에 들어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옷 갈아입기, 문진, 의사와의 면담, 피검자 진정시키기 등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씨는 검진을 끝낸 뒤 “막상 검진을 받고 나니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생리에 대해 의사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궁이나 질도 내 몸의 일부분일 뿐인데 항문이나 질은 어째서 이렇게 부끄러운 부분이 됐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며 “앞으론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검진의 경우 의료급여 수급권자나 건강보험에 가입한 직장여성은 만 30살부터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여성은 40살부터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 김미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산부인과 절친 되기’ 오해와 진실

많은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내진에 대한 공포 △타인의 시선 의식 △부인과 질환에 대한 무지로 요약된다. 그러나 여성이라면, 더군다나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연령이라면, 내 몸을 위해서 당당하게 산부인과 의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산부인과에 대한 여성들의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본다.

공포 - ‘내진’은 아무나 하나?

내진은 의사가 손가락을 통해 진찰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산부인과에서 모든 여성에게 내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생리통이 심하고 초음파 검사에서 자궁이나 난소에 이상소견이 보여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만 내진을 한다. 성관계가 없었던 여성에게 내진을 해야 한다면 집게손가락 하나를 항문 쪽으로 넣어서 보는데 이것은 소아과에서 아이들에게도 하는 정도라고 한다. 미혼 여성이 만약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다면 문진과 함께 기본적으로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 풍진 검사를 한다. 만약 성 경험이 있다면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고, 자궁경부암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있을 땐 인유두종바이러스유전자(HPV) 검사를 하게 된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인데, 이 검사 역시 자궁경부에서 세포를 채취해 검사한다.

눈치-처녀가 웬 산부인과?

아직도 “처녀가 산부인과에 왜 가느냐”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 그대로 “무지한 사람”이다. 속 쓰릴 때 내과에 가서 의사와 상담하는 것처럼, 만약 생리나 냉, 질염 등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주저 없이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자. 만 16살이 되어도 생리를 시작하지 않은 경우, 생리를 정상적으로 했던 여성이 6개월 이상 생리를 안 하거나 보통 때 생리주기의 3배가 되는 기간 동안 생리를 안 한다면 몸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산부인과를 단순히 임신과 출산의 장소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산부인과는 여성을 위한 병원이다. 요즘엔 인식이 많이 바뀌어 신세대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미혼 여성들을 위해 미성년클리닉센터, 사춘기 클리닉, 청소년미혼여성클리닉 등이 생겼으니 부담을 덜 가져도 좋다.

무지-조기치료 놓쳐 ‘큰병’

20~30대 미혼 여성들에게 가장 흔한 부인과 질환은 비정상 자궁출혈, 골반 내 종양, 무월경과 월경통이다. 2007년 국립암센터 집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 암 발생률 7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5년만 해도 자궁경부암이 여성에게 발생률, 사망률이 매우 높았는데, 99년부터 국가에서 ‘전국민 자궁경부암 검진 사업’을 실시하면서 자궁경부암 발생이 많이 줄어들었다.

요즘 미성년이나 미혼 여성들은 입시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나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생리 이상이 많고, 간혹 종양이 발견되기도 한다. 생리 이상이 있을 땐 선천성 기형이나 내분비 이상, 자궁 내 종양 등을 의심해봐야 하는데 그냥 참다가 조기 치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조기 치료를 놓치면 불임으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질환이 될 수 있다. 자궁과 난소, 질 등 여성의 신체 부위에 대해 여성들은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양선아 기자

도움말: 김미란(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두식(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산부인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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