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아름다운 부부의 맹세

| 2011.10.15 13:00 | 조회 1839
아름다운 부부의 맹세 

이런 남편이 되겠습니다.

눈부신 벚꽃 흩날리는 노곤한 봄날
저녁이 어스름 몰려 올 때쯤

퇴근길에 안개꽃 한 무더기와 수줍게 핀
장미 한 송이를 준비하겠습니다.

날 기다려 주는 우리들의 집이
웃음이 묻어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소녀처럼 수줍게 입 가리고 웃는
당신의 호호 웃음으로
때로는 능청스레 바보처럼 웃는
나의 허허 웃음으로

때로는 세상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 사랑의 결실이 웃는 까르륵 웃음으로
피곤함에 지쳐서 당신이 걷지 못한 빨래가 
그대 향한 그리움처럼 펄럭대는 오후
곤히 잠든 당신의 방문을 살며시 닫고 
당신의 속옷과 양말을 정돈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때로 구멍난 당신의 양말을 보며 
내 가슴 뻥 뚫린 듯한 당신의 사랑에
부끄런 눈물도 한 방울 흘리겠습니다.

능력과 재력으로 당신에게 군림하는 
남자가 아니라 당신의 가장 든든한 쉼터 
한 그루 나무가 되겠습니다.

여름이면 그늘을, 가을이면 과일을,
겨울이면 당신 몸 녹여 줄 장작이 되겠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봄 나는 당신에게 기꺼이 
나의 그루터기를 내어 주겠습니다.

날이 하얗게 새도록 당신을 내 품에 묻고,
하나 둘 돋아난 
시린 당신의 흰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당신의 머리를 내 팔에 누이고 
꼬옥 안아 주겠습니다.

휴가를 내서라도 당신의 부모님을 모셔다가
당신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걸 보렵니다.
그런 남편이 되겠습니다.

이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눈이 오는 한겨울에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당신의 퇴근 무렵에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사들고 
당신이 내리는 지하철역에 서 있겠습니다.

당신이 돌아와 육체와 영혼이 쉴 수 있도록
향내 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로,
때로는 만개한 소국의 향기로,
때로는 진한 향수의 향기로 
당신이 늦게까지 불 켜 놓고 
당신의 방에서 책을 볼 때
나는 살며시 사랑을 담아 
레몬 넣은 홍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당신의 가장 가까운 벗으로서
있어도 없는 듯 없으면 서운한
맘 편히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늘 사랑해서 미칠 것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아주 필요한 사람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공기 같은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행여 내가 세상에 당신을 남겨 두고
멀리 떠나는 일이 있어도
가슴 한 구석에 많이 자리잡을 수 있는
그런 현명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지혜와 슬기로 당신의 앞길에 아주 밝은
한줄기의 등대 같은 불빛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호롱불처럼 아님 반딧불처럼 
당신의 가는 길에 빛을 드리울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흰 서리 내린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당신은 내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소
당신을 만나 작지만 행복했었소' 
라는 말을 듣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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