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서라벌의 속재미

| 2011.04.19 02:00 | 조회 2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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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엔 구경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놀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 수십 년 전 수학여행에선 느끼지 못했던 경주의 새로운 매력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당신이 다시 경주에 가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다.


경주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경주시는 안압지·첨성대 등에 조명을 설치해 밤늦도록 관광객을 붙들고 있다. 달빛 아래 빛나고 조명으로 은은한 천년 고도 경주의 밤은 자못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신라의 달밤 운운하는 까닭을 보름달 뜬 경주에 있으면 헤아릴 수 있다.

하나 경주의 밤을 오롯이 즐기는 방법은 따로 있다. 백등(白燈) 들고 탑돌이 하는 이른바 ‘달빛신라 역사기행’이다. 탑돌이는 분황사 석탑에서 주로 진행된다. 1500년쯤 전에 세운, 가장 오래된 신라의 탑이다. 하나 힐끗 눈길 줬다 지나쳤던 대낮의 탑과, 소원 하나 품고 정성스레 주위를 맴도는 한밤의 탑은 전혀 느낌이 다르다. 보름달 뜨는 날을 즈음한 토요일 저녁, 그러니까 한 달에 한 번 탑돌이가 진행된다. 피날레는 탑 주위를 도는 강강술래가 장식한다.


TV 연속극 ‘선덕여왕’의 후광으로 경주가 반짝 호황을 누렸단다. 관광객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은 보문단지에 있는 밀레니엄 파크. 이 안에 ‘선덕여왕’ 세트장이 있다.

하나 세트장에선 배우 고현정의 흔적은 남아 있을지 몰라도 한민족 최초의 여왕 김덕만의 기를 물려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추천하는 워킹 투어 코스가 있다. 선덕여왕과 연관 있는 유적지를 따라 걷는, 이른바 ‘선덕여왕 길’이다. 고맙게도 선덕여왕의 주요 유적지는 시내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첨성대에서 시작해 선덕여왕릉~사천왕사지~진평왕릉~분황사~황룡사지로 이어지는 길은 얼추 4시간 걸린다. 특히 선덕여왕이 누워 있는 낭산 기슭에서 내려다보는 들판 너머 진평왕릉의 풍경은 왠지 짠한 구석이 있다. 둘은 부녀 사이다. 그러니까 아버지와 딸이 들판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이다.


경주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자전거 여행지다. 경주가 자전거 여행에 유리한 건, 우선 길이 평탄해서다. 거대한 분지 모양의 경주 시내는 별다른 굴곡 없이 평평하다. 자전거 여행을 위한 여러 편의시설도 이점이다. 이정표가 잘 돼 있어 초행길이어도 헤매지 않으며, 시내 곳곳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경주역 바로 앞에 자전거 대여점이 여럿 있는데 7000원이면 온종일 탈 수 있다. 딱한 표정의 학생이면 5000원에 빌려주기도 한단다.

경주시 전체가 자전거 여행지라 할 수 있지만 한 곳을 꼽는다면 단연 보문단지다. 특히 박정희 정권 시절에 만든 인공호수 보문호를 끼고 도는 5㎞ 남짓한 코스는 요즘 철에도 맞다. 보문호를 에워싸고 벚나무가 촘촘히 심어져 있고, 유채밭도 군데군데 조성돼 있다. 4월 중순이면 경주를 대표하는 봄 풍경이 바로 예서 연출된다.


사람의 기억은 때로 형편없다. 수십 년 전 수학여행 때. 억지로 새벽에 일어나 석굴암까지 올라갔던 건 기억이 나지만, 석굴암이 동해 바다를 향해 앉아 있는 건 기억 속에 없다. 많은 사람이 잊고 사는 진실이 여기에 있다. 경주는 갯마을이다. 경주 해안에도 중요한 신라 유적지가 있긴 하다. 봉길해수욕장에 있는 문무대왕릉과 그 어귀의 감은사지다. 하나 지금 추천하는 건 역사 탐방이 아니다. 시내에서 동해까지 이어지는 4번 국도와 감포와 대왕암을 잇는 31번 국도 드라이브다. 4번 국도는 깊은 계곡 후비고 다니는 산길이고 31번 국도는 동해를 옆구리에 끼고 펼쳐지는 해안도로다. 감포리 해안가에 늘어선 횟집은 경북의 영종도 같은 곳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회 한 접시 먹고 오는 곳이란 얘기다. 4번 국도 중간에 골굴암이 있다. 외국인이 유독 많은 암자다.


경주 관광은 관람이다. 역사 도시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다. 사실 경주에서 구경하는 유물 대부분이 가짜다. 진짜는 경주국립박물관에 있고, 박물관에서조차 전시 중인 유물 상당수를 모조품으로 대치해 놓았다.

만지고 느끼고 체험하는 경주 여행. 신라문화체험장이 추구하는 경주를 즐기는 방식이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신라가 자랑하는 유물 모형을 직접 만들고 장난치고 먹을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짰다. 아이들은 첨성대 모양의 초콜릿을 만들어 먹고, 기마인물상 모양의 천연비누를 만들어 장난을 치고, 종이 금관을 쓰고 으스대며 뛰어다닌다. 지도강사 40여 명이 각 문화재의 의미와 역사를 설명해 주며 체험을 돕는다. 체험당 3000~5000원. 054-777-1950.


경주는 온 국민의 수학여행지였다. 요즘엔 중·고교생은 드물고 초등학생이 대부분이라지만 한 세대 전만 해도 경주는 새까만 교복 차림으로 복작거렸다. 옛 추억을 되살린 프로그램이 ‘추억의 수학여행’이다. 2007년 신라문화원이 경상북도·경주시의 후원을 받아 시작했다.

‘추억의 수학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다. 중년으로 이루어진 단체가 신청을 하면 공짜로 교복을 빌려준다. 남자 30~48인치, 여자 28~40인치까지 남녀 각 100벌의 교복이 준비돼 있다. 그 교복을 입으면 불국사·천마총 등 유적지에서 정말로 학생 요금으로 입장을 시키고, 천마총에서 나오면 가방에 슬쩍 소주병을 넣어 주기도 한다. 교복 차림의 중년이 떼를 지어 고분 주위를 활보하는 모습 자체가 또 다른 경주의 풍경을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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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을 알면 신라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불국사·석굴암의 화려한 위용에 밀려 1990년대까지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던 남산. 그러나 요즘 남산은 신라 정신을 상징하는 성지로까지 받들어진다. 높은 봉우리라고 해봤자 고위봉(494m)·금오봉(468m)이 고작이고, 면적도 동서 4㎞, 남북 10㎞가 전부다. 그러나 이 야트막한 산자락 안에 절터 147군데, 석불 118체, 탑 91기 등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곳도, 신라 최초 궁궐터도, 김시습이 『금오신화』을 쓴 곳도 이 산자락 안에 있다.

남산 오르는 길은 골마다 들어앉은 마애불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해서 올라가는 방향도 여럿이다. 가장 발길이 잦은 답사 코스는, 칠불암까지 오른 뒤 깎아지른 바위 절벽을 끼고 돌아 신선암 마애불을 뵙고 오는 3시간 길이다. 운이 좋으면 칠불암에서 따듯한 차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다.

 

여행 정보 경주에 가면 먼저 지도를 구해야 한다. 경주시청 홈페이지(www.gyeongju.go.kr)에서 예습을 해도 좋고, 시내 곳곳에 설치된 관광안내소에서 정보를 얻어도 좋다. 유적지 대부분이 입장료를 받는데, 종합이용권을 사면 대릉원·안압지·포석정·오릉·김유신장군묘·무열왕릉 등 7곳을 모두 입장할 수 있다. 3일간 유효. 어른 5000원, 어린이 2000원. 경주역 관광안내소 054-772-3843,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054-779-6395. ‘달빛 기행’과 ‘추억의 수학여행’은 신라문화원(www.silla.or.kr)이 특허 신청을 마친 체험 프로그램이다. ‘선덕여왕 길’ 워킹 투어도 운영한다. 054-774-1950.

경주는 먹을 것도 많다. 우선 한우. 경주는 전국 시·군에서 한우가 가장 많은 곳으로, 곳곳에 불고기 단지가 조성돼 있다. 산내 단지의 다경 한우숯불갈비(054-751-1123)를 소개받았다. 경주역 건너편 성동시장에는 흥미로운 밥집이 있다. 반찬가게에서 반찬 16가지를 늘어놓고 밥과 국을 얹어 판다.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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