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27주 5일..준비없이 아이낳은 출산스토리...

앗싸리요 | 2009.06.17 00:00 | 조회 1800

결혼 3년만에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임신을 했는데

24주 1일부터 조산기로 경주동국대학병원에 입원해있다가

25주 4일에 진통(자궁수축)이 잡히지 않아서 신생아실 관계로 급하게 삐뽀차 타고 대구경대병원으로 옮기고

거기서 용케 잘 견뎌서 27주 5일에 우리 율이를 낳았어요...



입원기간동안 누워서 밥먹고...누워서 대소변 받아내고...누워서만 지냈어요..

오늘은.... 27주 5일 되던 날의 분만 스토리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12월 20일 자정이 되자마자... 허리도 아프고 생리통처럼 배도 살살 아픕디다...

간호사부르려다가 입원기간동안 이런 진통이 몇번 있었는데

 

모두 한밤중 소동으로 끝나길 여러번 했길래 혼자 참아보고자 눈물 질질 짜면서도 참았네요...

3시간을 혼자 그렇게 참았는데 새벽 3시쯤 되니 진통이 장난이 아닙니다...

우리 시어머니 깨우고 (대구에 있는 동안 시어머니가 계속 병간호 하셨음..) 간호사도 불렀어요...

간호사 와서 대뜸 하는 말...

"지켜봅시다아~~"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지켜볼일이 아니고요...똥 나올라한다니까요..."

그때서야 간호사들 배에 태동검사 하는거 겁니다...

 

검사상 수축이 5분에서 3분으로 간격이 좁아집니다.....

아파 죽겠는데 자꾸 지켜보자며 혀 밑으로 수축 잡는 약만 여러알을 밀어 넣어줍니다...

주수가 주수인지라 하루라도 더 끌어보고자 함인지...

아님 또 이러다 말겠지 했는지... 아님 새벽이라 교수님 부르기가 그랬는지...

(저는 입원할때부터 아기가 거꾸로 있어서 제왕절개 하기로 했었거든요...

 

양수가 터져서 아기 돌리는 운동도 못하고....)

암튼..나는 아파 죽겠는데....자꾸 지켜보자고 하더이다...ㅠ.ㅠ



허리로 트니까 허리아파서 옆으로 돌아누웠더니 간호사가

"엄마!! 배에 이거 걸고 돌아누우면 안돼요..바로 누우세요~!!"

젠장....니가 내 고통을 아나? 니 아 안낳아봤제? 요카고 싶었지만 참고...

그러다가 아침 7시쯤되니 정말 어려보이는 레지던트 두명이 옵니다.. 내진을 하더니

"어머! 엄마 ..아기 다 내려왔네예..발이 잡혀예...수술하입시더.."

 

(대구는 젊은 사람들도 사투리 찌인~~하게 쓰더군요..)

그제서야 교수님한테 전화하고... 제모하고...소변줄꽂고...

장기입원으로 혈관이 부울때로 부워서 혈관을 못찾아서

 

 닝겔 바늘 꽂는데 세번이나 잘 못 찔러서 멍다구만 들고....ㅠ.ㅠ

어차피 배째기로 한거..내가 똥나올라한다할때 배 째주지....

산모들이 제일 두려워하는거... 진통할거 다 하고....배째는거...

 

저 그렇게 8시간 허리로 틀고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머리에는 장독대 덮개 같은거 하나 씌워놓고 옷은 홀딱 벗기고...

 

온 몸에 아까징끼 같은 뻘건 약을 바릅니다...

쪽팔려 죽겠구만 산부인과, 마취과, 소아과에서 레지던트, 인턴, 간호사들 모여듭니다..

족히 스무명은 되어 보이두만....젤 중요한 마취과 교수..산부인과 교수가 안옵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왈..

"교수님 지금 오고 계시니까 힘주지 마세요...힘주면 애기 진짜 나와예...큰일나예"

"힘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안줘요!!" 신경질 팍 내고.....

힘이 안들어가게 하려면 마취라도 빨리 해주던가....

애기 안 낳아본 새파란 느그들이 산고를 알겠나? 한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참자....

 

하며 맘을 가다듬고...



8시 20분쯤에 산과 교수 옵디다...

소변줄 꽂고 있는데...그 사이로 또 내진합니다... 죽는다 소리질렀습니다.............

 

힘빼고 참으랍니다.....--;;

니는 남자라 이 고통 모르제? 이캄서 또 참았습니다... 스르륵 잠이 듭니다...마취 했나봐요...



한참뒤에 누가 뺨을 막 때립니다...

"엄마..일어나예..정신차려예...자꾸 자면 안되예...아들이라예.."

"아..네..." 하고 또 잤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회복실....

"어머니..저 딸 낳아야 되요...둘째는 딸 낳을거에요."

마취도 덜 깬상태에서 이러더니 또 자더랍니다..



우리 어머니...제가 입원 해 있을때

"아이고 야야...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노..니 이마이 고생하는데 건강하게만 나오면 되지.."

 

이러시더니....

아들 낳으니까 저 보는 눈빛이 다릅니다..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옵니다.... 대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완전 상전중에 상전이 되어 있는거 있지요...

아들 아니었으면 큰일났겠다 싶두마는......--;;



요즘은 수술하고 호치키스 같은 걸로 찝는다(?)고 하네요.. 상처가 잘 아문다함서...

 

제 배에 호치키스 자국이 선명합니다...

양수터진 상태에서 한달 가까이 있었더니 감염이 되어서 분만뒤에 열이 40도 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여러번... 감염때문에 몸이 피를 못 만들어내서 수혈도 받고....

암튼 분만뒤에도 넘 힘든 일주일을 보냈네요..



어쨌든 저는 둘째는 딸을 낳고 싶습니다...

하지만 울 신랑, 친정부모님, 시부모님...모두 여기서 끝내라 하십니다...

" 니 똥 치우기 이제 싫대이...요서 시마이 해라.."

아직은 저도 결정을 못했어요...요서 시마이 할지..안할지....ㅎㅎㅎ



우리 율이는 지금 대구경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있어요..

1090g 작은 아이로 태어나서 아직까지 엄마 품에 안겨 젖한번 빨아보지 못하고

실오라기 같은 많은 선들에 의지 해서 하루 하루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지만

책임지지 못할 생명을 주시진 않으셨을거라 믿고

오늘도 내일도 힘을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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