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휴식이 필요해요......

김정례 | 2007.10.13 11:00 | 조회 1495

안녕하세요....

 

내 앞에 붙어있는 모든 수식어들을 잠시 뒤로하고....아무 생각없이 혼자 쉬고 싶은 7입니다....

 

한 집안의 며느리로....

한 사람의 아내로.....

내 아이들의 엄마로.....

내 부모님의 딸로......

 

나는 한사람인데....이렇게 여러가지 이름으로 산다는건....정말 생각보다 많이 힘이 드는군요...

 

어느 순간부터...나는 없어지고....금동애미로....여보로....또는 엄마로 불리고 있네요...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갑자기...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아무도 없이...조용한 곳에서 혼자 쉬고 싶은데.....

너무도 사랑하는 내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나지만......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새로울 것도...기대 할 것도 없는 똑같은 내일....이젠 조금 지겨워 지고 있나 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나는 부엌에서 밥하고....남편 출근시키고....애 놀이방 보내고...

부랴부랴 설거지하고 청소하고...빨래하고....뒤돌아 서면 큰애 와서...또 다시 집은 난장판이 되고...

다시 치우고....또 밥하고....저녁 먹고...또 설거지 하고...또 청소하고....중간중간 작은애 안아주고 먹여주고....씻기고.....

정말 밤이 되면....온 몸이 녹아 내릴것만 같아요...

 

내나이....31.....

27살 겨울에 결혼을 해....신혼생활도 없이 바로 큰애가 생겨....28살에 엄마가 되고.....

큰애 좀 컸다싶어..한숨 돌리려는 찰나...생각도 못했던 둘째........

30살에...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지금 이렇게 나는 내 시간은 꿈도 꾸지 못 한 채로......하루하루를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보내고 있네요....

 

친구들 만나서 영화도 보고싶고......

수다도 떨고 싶고......

가끔 심정 상하는 일 있으면 술도 한잔씩 하고 싶고.......

가끔은.....정말 가끔은...그래보고 싶은데.....아이들 맡길 곳은 없고......애들 또한 잘 안 떨어지고....애들 아빠는 나도 얼굴 보기가 힘들고.....ㅜ.ㅜ

처음 젖 물릴땐...젖먹이라 맡길 수가 없었고....

어느정도 컸다싶은 큰애는 이젠 엄마가 어디 나가는걸 알아버려..절대로 혼자 안 떨어지려 하고...

한창 뽈뽈거리며 기어다니는 둘째는....어른들은 힘이 딸려...한시간도 못 본다시고.....

영화가 뭔지.....밖에 풍경은 어떤지.....바람은 부는지.....꽃은 떨어 졌는지...단풍은 들었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는 하루하루의 연속 입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집에서 살림하고 애들만 키운다 뿐이지.....

뉘처럼..악독한 시어머니가 계신것도 아니고......병수발 해야 하는 부모님이 계신것도 아니고...

애들 무럭무럭 잘 커가고....

어찌보면 복에 겨워 이러나 싶기도 하지만.....

정말.....오늘 같은 날은....며느리도 버리고.....아내도 버리고....엄마도 버리고.....

혼자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네요....

 

남편은 오늘도 뭔 모임이 있다고 나가버리고.....

어제 다녀온 시댁에서는.....울아들(내 남편 이지요..ㅡ.ㅡ) 너무 말랐다고...니는 집에서 밥도 안 해먹이냐고 뭐라시고...

나는 저런 소리 정말 듣기 싫은데....내 기분 따윈 아랑곳 없고....

울집 청소도 힘들구만...주말마다 시댁 청소에...냉장고 까지 닦아줘야 하고.....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제가...이젠 씨뿌리는 시기....약치는 시기....수확하는 시기....

절기마다 줄줄 외고 있네요.....

 

오늘도 나는.....밖에 나가자고 노래를 부르는 금동이 부여잡고.....

자기랑도 놀아 달라는 은동이 끌어안고........

늘 그렇듯이 말도 지지리 안 듣는 두아이와 함께 혼자 또 전전긍긍.......

시댁에서는 시댁대로...일요일인데...또 안 온다고 뭐라시고....

울엄마는 생전 가야 그런 말씀 없으신데.......도대체 뭘 더 어쩌라고......

그렇다고 딱히 내가 시댁에 엄청 잘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버겁네요....한국의 며느리라는거...........속상하고....힘이 들고......

 

정말.......오늘 같은 날은....모든걸 다 버리고....

그림 같은 배경이 있는 곳으로 가서.....잠시 쉬고싶습니다.....

정말...정말....쉬고 싶네요........아무 생각 없이......

 

나에게도...이젠 휴식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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