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체면.....

김정례 | 2008.07.15 12:00 | 조회 1264

안녕하세요....

사람들은....가끔...아니 자주...체면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내가 체면이 있지.....그런걸 어떻게.....

체면이 말이 아니네......혹은...체면이 밥 먹여주냐?? 뭐 이런씩의........

도대체가 그 체면이란게 뭐길래.....사람들은 하고싶은 일을 못 할 수도....하기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될 수도 있는걸까요...........

 

오늘은 화요일입니다...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오늘 울 금동양은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가 있어...리틀콜럼버스 간다기에.....

일 끝나고....금동양 거기 데려다 주고....집에 오는길에.....

간만에 버스를 탔습니다....(이야~ 경주 시내버스가 언제 그렇게 좋아 졌대요??? 의자마다 팔걸이도 있대요??? )

오랫만에 버스를 타서 그런지.....저는 정류장이 다 와가면 벨을 눌러야 된다는 사실을 깜빡하고...택시마냥 집앞에 세워주길 기다리다가.....ㅡ.ㅡ

창밖으로 낮익은 곳이 점점 뒤로 멀어지기에...깜짝놀라...벨 누르고.....결국은 한정거장 더 가서 내렸습니다.....

에에이~~ 이런 정신머리....하면서 열심히 걸어오는데.......

저 멀리...국수집이 보입니다.....

제가 울 은동이 가졌을때...남편이랑 자주 가던 집이지요.....

전 원래부터 국수를 엄청 좋아라 했는데.....은동이 가지고는 정말 더 많이 먹었거든요...특히나 그집 국수를.....

평소에는 그리로 갈 일이 잘 없어.....애 낳고는 한번도 안가봤는데....

오늘..마침 그리로 걸어오다 보니......헉~~뚜.....

벌써부터 내 입에는 침이 고이고.....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진동을 합니다.....

그치만.....아직 점심시간도 안됐는데..........여자 혼자서....것도 애 하나 안고.....

정말 가고는 싶지만....막상 또 갈려니.....발길은 안 떨어지고......

그게...참 그렇데요......

내가 배고파서 내 돈주고 밥 사먹는건데도.....왠지 혼자가면 뻘쭘하고....누군가가 나를 참 불쌍한 여자로 볼것만 같고......

다른 사람...아무도 나에게 관심도 없구만....괜히 혼자 창피해서...못들어 가고...집에 와서 찬밥에 물말아~ 김치해서 먹고.....ㅜ.ㅜ

오늘도...문앞에서 진짜 고민하다가.....오늘따라.....정말로 국수가 눈에 밟히길래.....

큰맘먹고 문을 열었습니다.....

문 여는 소리는 또 어찌나 큰지......ㅡ.ㅡ

11시가 갓 넘은 시간이라...마침 아무도 없더군요.....아마도 내가 맞수(?)인듯~~

엄청 창피함을 감추고.....들어서니.....주인 아줌마 왈~~ "누구 더 와요???"

차라리 "혼자 예요??" 하지....그럼 그냥 "네...." 만 하면 되는데......"아뇨...안와요...잔치 국수 주세요...땡초 썰어 넣어서요..."

주인 아줌마....저를 기억 못하고...."하이고..새댁이 아침 부터 속상한 일 있는가베...땡초까지 찾고..." 하는데.....정말 후회가 되기 시작합니다.....

집에 가서 내가 삶아 먹을껄....그냥 갈껄....하고....

저는 원래 국수에 땡초 안들어 가면 맛 없거든요....국수든..국밥이든...땡초 총총 썰어 넣어야 맛나고.......찬밥에는 고추장에 땡초 찍어 먹어야 제맛이잖아요.....그냥 입맛인데....저리 말하니...진짜....얼굴이 달아 오르데요...

이런게 체면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마침 국수가 나오고....제가 한 젓가락 뜨려는 찰라.....다른 손님 두명이 들어옵니다.....

역시 아줌마 두명.....

이 아줌마들....들어 오면서 부터 본인들 얘기에 바빠...저에게는 신경도 안씁니다......

근데도...이상하게 저는 뒤통수가 켕겨서.....먹어야 될 국수를 마셨습니다.....ㅜ.ㅜ

옆에서 수저통 가지고 노는 은동이도 신경쓰이고....조만한 애 델꼬 혼자 국수 먹고 있는 내모습도 신경 쓰이고.....

괜히 혼자....주위 신경쓰다가....국수 맛도 못느끼고....어찌나 빨리 마시고 나왔는지.....

아직도 속이 더부룩 하네요.....ㅜ.ㅜ

 

따지고 보면....사람 살아가는거는 다 똑같은데.....다 똑같이 밥먹고....다 똑같이 잠자고....하는데...

왜 우리는 여러가지 필요 없는 곳에조차...남의 이목을 신경 쓰면서 살까요......

알고보면 남은 그다지 나에게 관심도 애정도 없을진데...........

아예 신경을 끄고 살수는 없겠지만......이 체면이라는거.....

나를 위한걸까요....남을 위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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