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펌>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김정례 | 2007.06.15 10:00 | 조회 1363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 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쓰지 않았다. 
예방 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에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가 있었다. 
내 생각과 몸 까지도 
울부짓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을 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깰까봐 언제까지나 
두 팔에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작자 미상 


책장 정리를 하다가  한 권의 책 속에서 읽었던 글 입니다.
정말...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그냥 여자에서 어미가 되는 마음의 변화를 그대로 표현 해 낸 듯한 이 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뭘 알았을까요?
자식 때문에 참 많이 배우고, 뉘우치게 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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