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예전에는......

김정례 | 2009.04.12 16:00 | 조회 1195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말.....날씨가.....맘에 안드는군요....
비가 올려거든 확실하게 오든지.....해가 비치려거든...확실하게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거리던지.....

 

전 이 장마가 정말 싫어요.....
늘 끈적끈적하니........물먹는 하마를 열댓마리 풀어놔도...언제나 집안은 눅눅.........
제습기능을 아무리 틀어도....아마 울집 에어컨에 있는 제습기능은.....성능이 영~ 딸리나 봐요....
그렇다고 제습기를 하나 사자니.....형편이 안따라주고......

갑자기 제습기 생각이 간절해지면서...제 어린시절이 떠오르네요.


저는 전에 몇번 말씀 드렸듯이...시골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제가 어릴적만 해도...울집 부엌에는 아궁이가 있었고...사랑채 역시..온돌이 깔려...매일 저녁이면 아버지께서 불을 때곤 하셨죠...
가을에 추수가 끝난후...방앗간에서 타작하고 난뒤에 나오는 등겨라 그러나??? 암튼 그게 우리집의 겨울을 나는 든든한 땔감 이었습니다..
그러다가....제가 5살땐가...6살때쯤....연탄보일러로 바뀌었습니다....
이야....까만 연탄 몇장이면 하루종일 방이 뜨끈뜨끈한게 그 어린시절에도 어찌나 신기 하던지.......

옛날 부엌 그대로 였는데.....방에서 부엌으로 나갈라치면...방문을 열고 신발을 신고 나가야 했었기에...매번 밤에 연탄 심부름 할때는 또 얼마나 춥고 귀찮던지.....


부엌이 그러니...화장실은 오죽했겠습니까.....
화장실이 두개 있긴 있었는데....하나는 동채 뒤에 조그맣게 붙어 있었고..하나는 사랑채 저 너머 집안에 있는 텃밭 구석에 따로 있었더랬죠... 땅파서 엄청시리 큰 단지 하나 묻어두고..그 위에 널판지 두개 깔아논.....
수세식이요??? 저는 초등학교 입학해서...것도 고학년 올라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저학년 때만해도....학교 화장실 냄새....장난 아니였죠......특히나 여름~~~
학교 화장실에 누가 빠졌네..마네..하는 얘기가...결코 먼나라 얘기가 아니였으니까요...
 

제가 어릴때 까진 울집에...증조 할머니...증조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그리고 엄마 아빠....우리들...이렇게 엄청난 식구들이 살았습니다.....
매끼....밥상 차려내는것도 일이었죠......
증조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상은 따로 사랑채로 나갔고.....증조 할머닌 서채에 기거 하셨으니 서채로 상이 나갔고.....
우린 안방에 큰 상을 차려 따로 먹었으니까요.....간혹 아빠마저...상이 따로 나갈때도 있었습니다....
비록 어릴때 였지만..그 상을 내가고 들여오는거랑...뒷처리는 항상 우리 딸들의 몫이었습니다..설거지 그릇들이 얼마나 많은지..상상이 되십니까???
시골이고..식구들이 많다보니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청소기고 밀대고 없던 시절..빗자루 들고 방방이 쓸어담고 걸레로 무릎 꿇어가며 일일이 닦고.....
빨래 역시....한아름 안고...집앞에 냇가에서 어깨 빠져라 방망이 두드려 가며 했었습니다.....그나마 여름엔 다행이었지요..겨울에는 빨래하는 것도 힘들지만..말리는것 역시..탈수조차 안되니..물기 뚝뚝 떨어지는거 그대로 널어놓으면 마르기는 커녕 옷이 꽁꽁 얼어...몇날 며칠을 그렇게 빨래줄에 널려 있었더랬죠...

 

그러다가...울동네에서 첨으로 울집에 짤순이 라는게 들어왔습니다..세탁기는 아니고..그냥 빨래 탈수만 하는 거였는데..........온동네 어르신들이 날마다 빨래를 빨아가지고 울집을 찾던 기억이 나네요...탈수를 하기위해....ㅎㅎㅎㅎ 비록 몇달후 세탁기라는게 나옴과 동시에 바뀌긴 했지만..

전화기도 울집에서 제일 첨으로 설치 했었고......칼라티비 역시...처음으로 들어왔네요....
칼리티비 들어왔을 때는...온동네 친구들이 다들 어찌나 울집으로 놀러를 오고싶어 했는지.....ㅎㅎㅎ
제가 이걸 다 기억할 정도니....정말 시골은 시골이죠????

아랫마을 사람들이 전화한통 쓰기위해....10여분이 넘는 거릴 걸어...울집까지 올라오고..그나마 것도 미안해서 많아봐야 한달에 한번이고..그저 타지에 있는 식구들의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편지한통만 주구장창 기다리시고......
지금은 거의 사라진 자전거 탄 우체부 아저씨가 저땐 최고의 손님 이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참 저렇게도 살았는데....싶습니다.....

 

명절이나 제사땐....정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온 친적들이 다 오시기 때문에....방이 모자라...마당에 텐트도 치고.....
밥은 부엌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뒷마당에 무쇠솥 걸어놓고 한 솥씩 하고.....국 역시 뒷마당에서 장작불로 했었으니까요....
생선에....떡에....뭐에.....


안채에 딸려있는 부엌 옆에.....따로 디딜방아도 있었는데......여자들은 거기서 뭘 늘 빻고 있었고....남자들은 그옆에서 떡메질을 하던게....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살때는....그게 전혀 불편한건지 몰랐었는데........
그냥 그게 원래 그런건가 보다...했었는데......
 

지금의 나는......내가 언제부터 그랬다고......푸세식 화장실은 근처만 가도 인상부터 찌그러지고....
그 어린시절 한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의 시골 조그만 학교를 걸어다니면서도 힘든줄 몰랐었는데...지금은 10분도 안되는 거리를 귀찮다며 차없인 안나가고....
절대로 안 울리는 핸드폰일지언정 손에서 떠나질 않코.......인터넷 역시.......하루종일 켜져있고... 습기 조금만 있어도...제습기 타령에....조금 건조하면 가습기 타령에.....
예전에는 그런게 있는지도 필요한지도 몰랐던 정수기에 비데도 갖고싶고.............

선풍기도 없어 부채로 겨우겨우 참아가던 시절은 어느덧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에어컨 없이는 여름을 못 날꺼 같고....
이런것들이 없인 못사는 세상이 된건지....아님 내가 너무나 문명에 물이 들어 버린건지......

지금 생각해보면...그시절 그때도...그다지 불편하진 않았던거 같은데........
나무위에 올라가서 감따고....밤따고....은행 털고...호두 털고.......
온동네를 휘저으며 대나무 칼들고 고무신 신고도 줄달음질 치던.........
비오면 비옷이고 뭐고 다 내던지고 그 비 그대로 맞으며....집앞에 있던 온 논을 돌아다니며 미꾸라지 잡아다가 추어탕도 끓여먹고.....

날이 좀 추워지면 아빠따라 뒷산에 올라가..아빠는 나무하고 우리는 마른 가지 줍고....
더우면 더운대로.....추우면 추운대로....땀띠도 나가며....동상도 걸려가며...그렇게...그렇게.....내 어린시절을 보냈었는데.......
요즘 애들은 동상이 뭔지 알까요??? ㅎㅎㅎㅎ
 
이번 주말에는.....고향 집에 한번 다녀와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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