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꿈보다 해몽 이지요.....ㅡ.ㅡ

김정례 | 2007.04.16 23:00 | 조회 1434

안녕하세요.....

전에 말씀드린적이 있는......태몽에 관한 사연입니다.....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사연이지요...

이건.....약간의 의도된 각색(?)이 있거든요~~~^^

그래도...이뿌게 봐주세요~~~ 저날....저 진짜 비참(?)했거든요.....ㅎㅎㅎㅎ

울남편은...제 사연이 라디오에 나올때 마다.....자길 전국적으로 망신 시킨다고...난리예요~~~ㅎㅎㅎㅎ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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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된 딸 하나....9개월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그저 평범한 주부 입니다....

제가 며칠전에 꿈을 꿨어요.....뱀인지 용인지...제 허벅지 만한 그녀석이 저를 뚫어져라 쳐다 보는데...그 빛깔이 어찌나 오색찬란 하던지....저는 무섭기는 커녕 오히려 예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개꿈도 잘 안꾸는데....이게 도대체 무슨 꿈인지 궁금해서 도저히 그냥 넘길수가 없었죠....
개인적으로...조상님이 나타나 번호 6개를 불러 주시길 간절히 기도하지만....그 꿈은 아니고...암튼..범상치 않은 동물이 나오는것이....보통일이 아니다...싶었습니다..
그렇게...나는 '로또라도 사야하나??' 라는 부푼 가슴을 안고...난생 처음으로 꿈해몽 싸이트를 검색 했습니다.......
헉~~ 세상에나....이게 뭔 일이래???
'장차....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칠 아이가 태어날 길몽' 한마디로...태몽이라는 겁니다....
태몽이라뇨.....태몽 이라뇨.....
저는 애 둘 낳을동안 한번도 태몽을 꾼적이 없었거든요.....그런데 난데없이 태몽이라니요.....
그렇다고 셋째를 의심하기엔.....남편이 무척 바빴습니다...
날마다 야근이다 출장이다 해서 항상 밖으로만 나도는터라...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낼까 말까 고민중이거든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제 입가에는 슬슬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마...악몽도 아이고....개꿈도 아이고...태몽이라 카는데...이건 분명히 하늘이 주신 기회다....낮에는 애들한테 들들 볶이고..밤에는 독수공방 외로운 내 처지가 딱해가지고 그랬는갑다.....아이구야~ 이건 분명 신혼으로 돌아가라(?)는 신이주신 기회가 아니고 뭐겠노.....호호호~~'
하며 나름 부푼 기대를 하고...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코맹맹이 소리로..."여봉~ 언제 오는데???"
"와??? 내 요즘 바쁜거 니 모르나?"
"그래도 오늘은 좀 일찍 온나.....내가 자기 좋아하는 김치전 부쳐 놓으께...막걸리 한사발 땡기자....그라고...내 오늘...거 뭐시기..암튼 준비하고 있으께...홍홍홍~~"
"니 오늘 와이라는데??? 왜 자꾸 실실 웃고 난리고...뭐 잘못했노? 솔직히 불어라~~~암튼 알았다...일찍 가께."
마침 밖에 비도 부슬부슬 내려주고.....모든게 착착 맞아 떨어지는거 같았습니다....


그런데....2시에 어린이집을 다녀온 울딸.....졸린지 두눈을 비비면서 낮잠을 재워 달라는 겁니다.....
'야야~~오늘은 안된데이...니 지금 낮잠 자면..이따가 밤에 늦게 잘꺼 아이가...니 밤에 곯아떨어지게 하려면...지금 새빠지게 놀아야 된다...'
저요...열심히 노래도 불러주고..그림도 그려 주면서 끝까지 못자게 말렸습니다...
시간은 점점 흘러...드디어 밤 9시....딸아이가 지쳤는지 제 무릎위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데....저요...속으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렇게 딸아이를 재우고.....9개월된 아들 역시....뽀송뽀송한 기저귀로 갈아주고...배불리 분유 먹여 재웠습니다....
애들은 세상 모르고 잡니다.....

 

노릇노릇 김치전도 부쳐 놨겠다......술도 준비해 놨겠다.....이제 남편이 오기만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드라마에 보면 은은하게 아로마 향초 같은것도 켜 놓던데....뭐 저는 아쉬운데로 정전 됐을때 쓰는 허연 양초에 불을 밝혔습니다...
어쨌거나...나름 분위기는 살더군요....
마지막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바로 제 의상.....그런데 아무리 옷장을 뒤져도...야한 속옷은 커녕 입을만한 치마 하나가 없는 겁니다....
아이 둘 낳을동안 불어난 뱃살을 도저히 감출길이 없어서...임신중에 입었던 까만 원피스를 꺼내 입었습니다.....
군데군데 레이스도 좀 있고...나름 가슴도 조금 파인...뭐 그런 옷이었습니다....
이제...남편만 오면 되는데........

 

째깍째깍.....10시....11시....12시.....
시계바늘은 계속해서 움직이는데...일찍 온다는 이 인간은 감감무소식 이었습니다.....
낮부터 혼자 생쇼를 한 제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슬슬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누르며 말했습니다.....
"여보야...어디고?? 김치전 부쳐놓고...자기 좋아하는 막걸리도 사다 놨는데...오늘 일찍 온다믄서??? 왜 안오는데?"(속으로..참자...참자..오늘은 일단 참자...)
"아~~맞다...내 오늘 일찍 간다켔제?? 근데...와? 무슨 일 있나?? 내 지금 멀리 와있는데?? 업체 불량 나가지고 출장 와있다....오늘 새벽에야 가지 싶은데.....와? 아 아푸나??"
(으이구..이 화상아...니는 아 아플때만 일찍 오냐?? 내가 아푸다..내가...내 맘이 아푸다..이눔아~~)라고 말하고 싶은거...분위기상 쪽팔려서 말 못하고....

"우 씨...일찍 오라고 그마이 말했구만..됐다마..다 치아라...나도 잘란다." 성질을 버럭 냈습니다.....ㅡ.ㅡ


저요..혼자서 갖은 주접과 청승을 떨어 가면서 다 식어버린 김치전과 막걸리를 들이키기 시작 했습니다....
오호~~~!! 술이 왜이렇게 달다냐.....술술 잘 넘어간다....그래...남편도 필요없고...내는 내 혼자 즐길끼다....내를 사랑해주는 막걸리를 끌어안고 혼자 놀끼다....이 인간 들어오기만 해봐라...다시는 옆에도 안갈끼다.....내 몸에 손가락 하나만 까딱 해봐라...그 손가락을 그냥 확~!! 뽀직어뿔끼다....
그렇게 얼마나 마셨는지...그대로 쇼파에서 잠이 들었는데....새벽녁에 들어온 남편...저를 흔들어 깨우네요....

"여보....일어나봐라..어제 뭔 날이가? 장인어른 기일 지났잖아....저 초는 뭔데? 글고 까만옷은 와? 누구 제사가??"
(제사는 무신....제사때 김치전에 막걸리 올리는 집도 있냐???)

인간아....인간아....앓느니 죽는다고....거기다 대고 "내가 태몽을 꿔가지고..날한번 잡아봤다.....그랬는데 오라는 남편은 안오고 혼자 열심히 삽질했다..." 라고 차마 챙피해서 말이 안나와....그냥 째려보고 말았습니다.....ㅠ.ㅠ

 

그로부터 며칠 뒤......친정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있잖아~~ 내 임신했단다....이제 3주란다....ㅎㅎㅎ 니 이모 된데이.....근데...나는 태몽도 안꿨는데.....나중에 물어보면 하나 지어내야 겠다...." 합니다.....
결혼해서 5년이 넘도록 애가 없던 언니가...극적(?)으로 임신이 된거죠....

그러니까...그 태몽은...우리 셋째(?)가 아니라...조카를 위한 거였죠.....
그것도 모르고 그렇게 열심히 삽질을 했으니.......

 

에휴.....오늘 밤에는 일찍 들어오려나.....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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