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내가 그리운건......술이 아닙니다.....

김정례 | 2007.11.10 00:00 | 조회 1345

안녕하세요......

어제 뜬금없이 8시에....시부모님 오셔서...저녁 차려 달란소리에......

헉~~~!! 정말 김치밖에 없는 냉장고 뒤지고 또 뒤져봐도....냉동실에 조차 암것도 없었기에....

또 한소리 듣고........ㅡ.ㅡ

이놈의 냉장고는.....뭐하나 찾으려고 하면 꽉꽉 차있어서....꺼내기도 힘들구만....

막상 뭐 먹고싶어 들여다 보면 먹을껀 하나도 없다니까요.......

조만간....울집 냉장고도 한판 뒤집어 엎어야 되겠어요.......

 

뭐 암튼....그 김치로....김칫국 끓이고......냉동실에 있던 고기 조금 꺼내서 볶고......

저 구석에 쳐밖혀있던 고등어 한마리 꺼내서 굽고......

어찌어찌해서 겨우 식사준비는 마쳤는데요......

그걸 본 남편......"아무리 내가 집에서 밥을 잘 안먹는다지만(야근으로 거의 먹고와요~~) 도대체 니는 집에서 혼자 뭐해서 먹고 살고있노? 이따가 홈플가자~~"란 소리에....

저에겐 나름 마트 가는것도 놀러(?)가는걸로 인식이 되어 있는지라....

시부모님이 자릴 뜨시자 마자....기쁜마음으로 후다닥 치워놓고......

번개같이 애들 씻겨 옷갈아 입히고.....(갔다 오는길에 제발 차에서 자줬음 좋겠단 생각에~~)

얼른 홈플러스로 향했지요........

좀 늦게 출발을 한거라.....요즘 낮잠을 안자는 금동이...제발 자주길 바랬건만.....

내 예상과는 달리 어찌나 기운이 넘쳐 흐르던지..........

역시나 또 그 튜브를 보고 필~받아서.....고 앞을 떠날줄을 모르네요.....

남편은 은동이 안고 이것저것 장을 보고.......전 금동이 감시(?)하느라 죽을뻔 했습니다....

이 와중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네요.....

얼마전 결혼을 해서 지금 용강동 살고있는 친구인데....아직 애는 없습니다......

서로서로 결혼을 하고......전국 각지로 흩어져 사는 친구들이 꽤 많은지라.....

어젠 영천사는 A양이랑....김해사는 B양이랑 어쩌다 보니 같이 모이게 됐나 보더라구요.....

그래서 저두 놀러 오라고.......맥주도 있고...소주도 있고...안주도 있다고......ㅎㅎㅎ

저요...무진장 무진장 가고 싶었습니다......

남편들은 각자 본가로 흩어지고......여자들이랑 애들만 있단 소리에.....더더욱 가고 싶었습니다.....

그치만.....전 애가 둘~~~

혼자서 둘 다 데리고 가면......안그래도 늦은 시간이라...좀있음 잠투정 할텐데....

그건 친구들도 불편하고...나도 불편하고....애도 불편한 일인지라....남편에게 먼저 말을 꺼냈지요....

"좀있음 은동이 잠들꺼 같은데......은동이 놔두고...내 금동이만 데리고 용강동 갔다오께....A양이랑 B양이랑 다 와있단다....은동이 자기가 안고 재우면 금방 자잖아"

울남편....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의 뜻을 표현 하더군요.....ㅡ.ㅡ

"내 어제 잠못자가 피곤하다....안된다...걍 집에 있어라~"

 

그렇겠지......그 전날 술퍼마시고 새벽 3시에 인사불성으로 들어왔는데....당연 피곤하겠지....

멀쩡하면 사람도 아니지.....

그치만 전 너무 서운했습니다.....

내가 자기처럼 날마다 나가는것도 아니고......

친구들이 맨날 오는것도 아니고........정말 몇달만인데.......애기 돌 때도 못 가봤는데......

갑자기 기분이 확~ 상해서.....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지는 맨날 지 기분내킬 때 마다.....밤이고...새벽이고...전화받고 잘도 나가면서.....

나는 한번 나갈 때 마다 이리 눈치를 봐야되고....그나마 그것도 내맘대로 할 수도 없고.....

 

마트에서 집으로 돌아오니....11시......못간다 전화하고.....

오는 내내 말한마디 안했습니다........

속으로 자기도 미안은 했던지....

"내가 오뎅탕 끓어주께....집에서 오붓하게 한잔하자...."는거......"니 혼자 많이 먹어라~" 하고는 또 창밖만 응시 했네요.....

 

내가 그리운건...술이 아닙니다......

술이 먹고 싶은거면....그 늦은시간에...굳이 택시까지 타고 용강동 까지 갈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요앞 마트에 천지로 깔린게 술인데......

전...사람이 그리운겁니다.....친구가 그리운겁니다.....

남편없는 곳에서....같은 주부들끼리....이런저런 수다가 그리운겁니다......

애들 둘 다 데리고..전전긍긍하는 내가 아니라....하루쯤은 나 혼자.....마음편히 나갈 수 있는 그 해방감이 그리운겁니다.......

남편이나 부모님은 항상 애들 다 키워놓고 나가라~ 하시는데......왜 여자만 그래야 하는건지....

남편도 그럼 똑같이 애 다키워놓고 놀아야지....이건..날마다 초등학교 친구....중학교 친구...동네친구...불알친구....

참나~~어찌나 많은지.....내가 회사일로만 술먹으면 말도 안한다.....맨날 친구...친구..친구면서...

그렇게 친구들 만나고 돌아다닐 때 마다....전 집에서 혼자 애들 둘을 키우는게 속상한게 아니라...그 자유가 부러워 속상한건데.....

사람들은 그걸 너무 모릅니다........

 

역시나...집으로 돌아오자마자....오뎅탕은 개뿔~~~

안방에 들누워 자는 남편을.....정말 말그대로 발로 한번 차주고 싶은거...꾹꾹 눌러참고.....

은동이 재우고....금동이 재우고 하니...벌써 한 시가 훌쩍 넘었더군요.......

 

전요......친구들이.......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너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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