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전...나쁜 며느리 입니다.....

김정례 | 2008.06.10 11:00 | 조회 1320

안녕하세요.......

 

어제.....8시가 훌쩍 넘은시간.....뜬금없이 초인종이 울립니다......

남편은 퇴근후 바로 포도배달 중이라...아직 집에 없었고......우린 저녁을 먹고난 후 전 설거지 중이였죠.....

이시간에 초인종이 울릴 일은....딱 한가지 이유밖에 없는데....하며....전 입이 이따시만큼 나와서 문을 열었습니다.......ㅡ.ㅡ

역시나....밖엔 어머니 아버님이 서 계시네요.....

결혼생활에 있어 약간의 가식은 필수란걸 깨달은 전....곧 얼굴을 바꾸고....반갑게 인사를 했더랬죠......

 

집안으로 들어오신 어머니는 무슨 봉지꾸러미를 주섬주섬 풀어놓기 시작 하십니다.....

이건....포도랑 바꾼 고등어다....두 손 바꿔서...느거 하나 먹고 우리 하나 가져가고.....

이건.....포도랑 바꾼 옥수수다.....느거 애들 좋아 한다니 이따가 금동이 맥이라.....

이건.....포도 판 돈으로 산 전복이다....전에 보니 은동이 전복죽 잘먹드라~ 죽 좀 쒀 맥이라....

하시며.....팔다 남은 호박잎을 비롯해.....여러가지를 풀어 놓으시네요....

시장에서 워낙 포도가 안나가서....그 시간까지 저녁도 못드시고 앉아 계시다가....

결국은 안팔린 포도를 아들 손자 생각해서 이것저것 바꿔 오신거죠.....

이쯤되면....다들 제가 하늘과 같은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니 뭐니....그런 소리 할 줄 아셨죠???

물론 그래야 하는게 맞긴 한데.........그래야만 하는건데...전...역시 나쁜 며느리 입니다.......

저 밖에 생각 할 줄 모르는....이기적이고 나쁜 며느리 이죠.....예~~ 잘 압니다.....

 

저요....가슴이 너무 답답해 죽을꺼 같습니다.....

저렇게 한번씩...전화 한통 없이 오실때 마다.....그 스트레스가 말도 못합니다.....

앞써 말했다시피....이미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입니다....

보통 어머님께서는 7시쯤에 집에 들어가시기에....전 울집에 오시리라고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던 시간이지요....당연 밥이 있을리 만무합니다.......

근데....저녁 드셨냐는 제 인사에....대뜸...밥은 무슨 밥이고? 배가 고파 죽을따~ 를 비롯해....

니는 시부모가 왔는데 밥도 안차려 주냐고...난리 난리 치는데.....

8시에...무슨 밥이 있습니까....내가 무슨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있는것도 아니고....

우린 이미 저녁을 먹고 다 치웠는데.....그럼 밥 좀 해놔라고 미리 말씀이나 하시던지......

그리고....울어머니는......꼭 세운 공을 말로 다 까먹는 아주 독특한 재주를 가지고 계십니다......

제가 장담하는데....저 고등어랑 전복....아마 앞으로 3년은 제 귀에 들릴겁니다......

울 딸 조맘때...딱 한번 전복죽 쒀 준적이 있는데.....것도 그때 아버님 이가 나가는 바람에 밥을 못드시고 죽을 드실때였죠...

그때 죽 쒀서 아버님 드시고 남은거 한그릇 퍼 주신걸...아직도 이야기 하십니다....

내가 금동이 이유식 다 해먹였다고......ㅡ.ㅡ

 

아니....그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뭐 일단 고맙습니다.....

그래도....자식들 생각해서 이것저것 들고 오셨는데 어찌 안고맙겠습니까......

그저 감사히 받아 먹을 따름이죠.....

근데....왜 항상 전화 한통 없이 불쑥불쑥 오시는지.......오셔서는 또 얼마나 트집도 많으신지.....

애 있는 집에 장난감 어지러있는게 당연하지........욕실에 물기 있는게 당연하지.......8시가 넘은시간에 식은밥 만들어 놓는 집은 또 몇집이나 되겠습니까......밥 없는게 당연하지.....

시장에 하루 종일 앉아 계시는 어머니...물론 가슴아픕니다.......

근데....그거 내가 시킨거 아니잖습니까.......그 포도 팔아서 내 용돈 주시는것도 아니잖습니까....

왜 그 생색을 여기와서.......

 

아.....정말 가슴이 답답해 미칠꺼 같습니다......

가만 계셔도 이따 시댁가서 다 하려 했던 일들....

꼭 저리 말로...이것도 해놓고 이것도 해놔래이~ 하셨어야 하는지....

꼭 시켜서 해논것 마냥...그리 만드셔야 했는지.........제가 이집 며느리가 된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아직도 그렇게 뭔가가 성에 안차시는건지.....

 

왜이리...가슴이 답답한지...모르겠습니다.......

크게 한 숨이라도 쉬어야겠어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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