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방

처녀의 산부인과 첫경험

| 2010.04.19 06:00 | 조회 2575
서른 넘은 처녀의 부끄러웠던 산부인과 첫경험
한은경  미친공주 님의 블로그 더보기
 
 

사실, 이 포스트는 쓰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차마 부끄러워서 쓰지 못했던 포스트였다. 그러나 어제 처녀들이여 산부인과로 가라라는 포스트를 보며, 꽤 많았을 나 같은 여성들을 위해 한번 끄적거려 볼까 한다. 산부인과라는 드라마를 보지는 않지만, 처녀의 산부인과 출입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는 점에서 훌륭했다는 생각을 한다. 산부인과라고 하면 출산과 직접적인 관련을 짓지 '여성의 몸'이라는 관점으로는 보지 않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임산부나 유부녀가 아닌 '처녀가 산부인과에 간다'는 말에는 매우 부정적인 시선이 서려있다. 문란한 성관계, 혹은 해서는 안될 임신과 낙태 등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기 때문이다. 지금은 식사나 차를 마시는 곳으로도 많이 인식을 하고 있지만, 십수년 전만 해도 남녀가 '호텔에서 나왔다'는 단어 자체가 가졌던 부정적인 의미처럼 말이다.

 

san_0001.JPG

 

산부인과란, 처녀들일지라도 여성이라면 꼭 가야하는 곳이다. 그런데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처녀들은 왜 산부인과에 가지 못하는 걸까?

 

첫째,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내 몸에 대해 잘 모른다. 사실 여성의 자궁이란 몸 안에 있기 때문에 심각한 증상이 있기 전까지는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얼굴에 난 뾰루지 하나는 엄청 신경을 쓰면서, 몸안에 키우는 커다란 혹 하나를 느끼지 못하고 만다. 또한 증상에 대해 남들과 상의하기 어려운 곳 중에 하나다. 마법이 불규칙하다는 정도야 언급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상세한 증상을 누군가에게 밝히는 것도 누군가에게 듣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둘째, 남의 시선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어디 아프다고 이야기를 할 때 '산부인과' 좀 다녀와야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이 많지 않다. 나 역시도 또래 중에는 꽤 자유로운 영혼인 편인데도 쉽지 않다. '산부인과'에 간다는 것에 숨겨진 의미, 그 뒤의 많은 상상들을 타인으로금 하게끔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야 만다. 단순한 진료를 받는 것조차 망설이게 되는 한국. 첫 성경험 평균 시기의 연령은 갈수록 내려가는데, 산부인과 검진에 대한 시선은 늘 정체되어 있는 아이러니한 나라다.

 

셋째, 무섭기 때문이다.

 

무섭다. 산부인과의 진료란 유쾌할래야 유쾌할 수가 없다. 혹자는 치과 치료와도 비교를 하는데, 교정을 해본 친구는 치과가 더 무섭다고 했지만 그 외의 친구들은 산부인과가 무섭다는데 한표 던진다.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 자체가 정서적인 충격이 만만치가 않다. 그러니 특히나 처녀일수록 여자 산부인과 선생님을 찾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고...

 

넷째, 귀찮다.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병원에 가게 되지 않으니까. 그런데 오히려 산부인과는 특별한 증상이 없이도 못해도 1년에 한번쯤은 정기적으로 들러줘야 하는 곳이다. 나 역시도 가야한다는 것을 막연히 알면서도 귀찮기도 하고, 딱히 아픈 곳도 없었기 때문에 미루고 미뤄서 서른을 넘겨버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san_0002.jpg

 

언제나 건강할 줄 알았던 나의 몸. 갑자기 임파선이 부어올라 혹처럼 단단하게 느껴졌을 때야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서른을 넘기고서야 처음 갔던 산부인과. 여태 산부인과 한번 안와봤다며 많이 혼났고, 검사란 검사도 싹 다 했다. 막상 그렇게 하고 내 몸에 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나서야 마음이 푹- 놓이게 되었다. 그 경험이 부끄러웠던 것은, 처녀가 산부인과에 가서가 아니라 여태 산부인과에 가지 않았었기 때문이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경험을 친구들과 나누며 느낀 것은 정말 극과 극이라는 것이다. 정말 안그래 보이는 애가 마법 시기가 조금만 불규칙해도 산부인과를 다니며 자신의 몸에 대해 열심히 체크를 하고 있는가 하면, 나처럼 겉으로는 오만가지 아는 척을 다 해놓고서 정작 서른이 넘도록 산부인과 한번 가보지 않았던 친구들도 꽤나 많았던 것이다.

 

아마 결혼 적령기가 점점 늦춰져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결혼을 하게 되거나, 아이를 갖게 되면 가기 싫어도 자연스레 산부인과를 드나들게 된다. 유부녀로써 산부인과를 드나드는 문제는 그나마도 자연스러우니까. 하지만 요즘 주위의 결혼하지 않은 삼십대의 수많은 여성들은 산부인과 문턱 한 번 밟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 똑똑하고 자기 몸 잘 챙기는 여성이라면 모를까, 오히려 자신의 가장 소중한 몸 안에 병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포스트를 보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산부인과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자궁도 내부의 장기인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언제까지나 건강할거라고 방심하지는 마라. 특히 서른 넘긴 당신!! 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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